오늘 또 김여희에게 차였다. 셀 수도 없는 고백, 셀 수도 없는 거절. 이딴 게 사랑이라니, 너무 끔찍했다. “제겸이 안 본 사이에 호구 다 됐네?” “…됐다. 넌 그냥 집에 가서 시차 적응이나 해라.” 안 그래도 괴로워 죽겠는데 돌연 미국에서 돌아온 백현오가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내 심기를 살살 건든다. “야, 내가 걔 꼬시면 너 어쩔래?” “나도 못 넘긴 걸 네가 무슨 수로.” “난 넘기지. 누구처럼 호구 새끼가 아니라서요.” 쓰레기 같은 내기였다. 그런데 왜일까. 웃기게도 백현오의 장난질에 마음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이러면 안 되는데, 김여희의 진심을 알고 싶어졌다. “세 달만 줘 봐. 김여희 단추 내가 가져올게.” 위험한 내기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