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세상에 안개가 퍼졌다. 그리고 그 안개 속에서 괴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하연은 가만히 눈앞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단정하게 정돈된 새까만 머리칼, 차갑고 도회적인 인상. 갖춰 입은 정장이 소름끼치게 잘 어울려서, 몇 년 전 그가 사회로 나가면 갖출 모습이라 상상했던 것과 똑같았다. 하지만 그 상상과는 다른 현실 속에서 총구 끝이 그의 가슴팍을 향했다. “웃어.” “오랜만에 만난 선배한테 말버릇이 좋지 않네.” “쏘기 전에 웃어.” “하연아.” 결국 사내의 얼굴에 느릿하게 미소가 번졌고, 그 미소를 본 도하연이 그대로 총구를 위로 올려 그의 미간을 조준했다. “당신, 괴물이구나.” “웃었는데 왜 의심을 할까.” 도하연이 조소했다. “명운은 날 보고 웃지 않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