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는 계약 결혼을 제안했다. 그것도,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발렌타인의 대공자에게. 자신을 지키고, 그를 지키기 위해서. [나와 결혼해.] 아리아는 단풍잎 같은 손으로, 쪽지와 함께 혼인 서약서를 내밀었다. [계약 결혼이니까 10년 뒤에 이혼…….] 그러자 어린 대공자는 쓰고 있던 쪽지를 빼앗아 쫙쫙 찢으며 말했다. “그래서, 도장은 어디에 찍으면 되지?” “크면 이혼해주겠다고 했잖아.” 어느새 훌쩍 자란 악마 대공이, 그녀의 머리카락 위에 경건하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어른이 되었으니 어른의 계약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