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에 이 사이코패스부터 치워버리고요] 그래, 빙의했다. 그런데 내가 전생에 누구였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눈 앞을 가득 채우던 이 녀석의 얼굴뿐. 마법사의 실험체로서 처음으로 눈 뜬 그 날 우린 함께 태어났다. 이상하게도 내 전생에 대해 나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이녀석. 이 막장의 끝을 달리는 피폐한 소설 속에서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여야하건만… 살기 위해서는, 이놈에게서 도망쳐야 한다. 장차 여자주인공의 가족을 모두 살해하고 세계관 최종 흑막에 등극하는 사이코패스니까. 시간이 흐른 뒤… 마침내 녀석의 손아귀에 벗어나 평화로운 일상을 맞이하나 싶었는데─ "너는 잔인하게 날 버리고 떠났지." 기어코 나를 찾아내고 말았다, 이 녀석은. "날 가지고 노는 동안 즐거웠나?" 그것도 과거와 비교도 안될 만큼 단단히 미쳐버린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