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같은 건 이상 없어요?” “네?” 뜬금없는 질문에 호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기억력.” 연석이 기다란 검지로 제 머리를 짚었다. 저를 모르는 척했던 호수의 언행을 지적하는 거였다. “아……. 네. 전혀 문제없습니다.” 호수는 그의 눈길을 피하며 습관적으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입술.”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연석이 제 입술을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여기에 뽀뽀해 봐.’ 귓가에 오래전 그의 장난스러웠던 목소리가 되살아났다. 호수는 마음의 붉은 신호를 켰다. 이름과 달리 잔물결조차 일지 않는 메마른 이호수, 그녀에게 빠져들어 순정을 다하는, 대학 최고의 인기남 진연석. “너, 나를 몰라? 또 모른다고?” “네. 모릅니다.” 홀연히 떠나버린 첫사랑, 나의 호수. 그래도 너를 사랑해. 우리는 헤어진 적이 없어. 나는 잠시 너를 기다린 것뿐이야. 한번 열었던 마음 두 번은 못 열까. “ 그렇다면 다시 시작하지. 타임 리셋.” 어마어마한 순정 집착남의 사랑에 푹 빠질 준비 되